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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뉴스] 내가 마시는 물은 어떻게 왔을까?

2020. 07. 15

 

내가 마시는 물은 어떻게 왔을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저녁에 주문한 상품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시대다.
이젠 어떤 상품이든 오전 안에만 주문하면 당연히 다음날에 오겠거니 생각할 정도다. 심지어 해외에 있는 상품도
직구로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오늘날 일반적인 대한민국 소비 모습이다. 

 

그런데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판매 사이트가 너무 많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자체 사이트뿐만 아니라
오픈마켓과 스마트스토어 포맷까지 다양한 곳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 잘 관리되고 있는
사이트뿐만 아니라 부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도 있고, 언제 만들었는지 언제 상품을 올려놨는지 모를 과거의 사이트까지
공존한다. 원하는 쇼핑 정보는 이미 범람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N포털 쇼핑 페이지에서 ‘생수’를 검색했다. 2020년 3월 19일 기준 123,465개의 쇼핑 정보가 검색된다. 오픈몰에서만
이 정도인데, 폐쇄몰까지 포함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당연히 모든 정보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같은 생수 브랜드인데도 어떤 회사가 유통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시 보니 하나는 500mL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2L 제품이다. 그래서 용량을 500mL로 선택하고 재검색했다. 같은 제품인데도 또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시 보니 하나는 20개입이고 다른 하나는 40개입이다. 60개입과 80개입도 섞여 있다. 개수까지 확인하고 가장 싼 걸
선택하니 어떤 페이지는 배송료 미포함이다. 제조일자·유통기한까지 확인한다면 총체적 난국이다. 브랜드를 선택하고,
용량을 결정했는데도 이 정도로 당혹스럽다.

 

 

 

 

예전에는 한라산 물, 백두산 물, 지리산 물 등 지역을 연상할 수 있는 브랜드거나 대기업 이름을 붙인 샘물 정도였는데, 
요새는 이것저것 브랜드명도 다양해졌다. 국내에 유통되는 국산 생수 브랜드만 3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에 허가된 생수 제조업체는 60여 개. 평균 하나의 제조업체에서 5개 이상의 브랜드가 생산된다.

같은 생산시설에서 나온 물이지만 브랜드마다 가격 전략이 다르고 판매 가격도 천지 차이다.

지금까지 매스컴에서는 제조업체와 브랜드의 상관성만 주목해 보도했다. 한 브랜드인데 여러 제조업체에서 생산되기도

하며, 같은 제조업체 상품인데 라벨 스티커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생수 공장에서 다른 브랜드로

출고된 물을 과연 같은 물로 볼 수 있을까? 간단하게 보면 한  생수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아마 다른 물병에 담긴 같은

물로 볼 수 있다. 어떤 브랜드는 다른 병 디자인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브랜드는 라벨 필름만 다르고 물병

디자인마저 같을 수도 있다.  지하대수층에 있던 물이 공장의 생산 일정에 따라 오늘은 A브랜드가 되기도, 내일은

B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같은 물은 없다. 오늘 마신 물과 어제 마셨던 물은 엄밀히 다른 물이다.

같은 대수층에 있더라도 그 물의 DNA는 다를 수 있다. 어떤 물은 15년 전 그 지역에 내린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흙모래 사이

하루 1~2cm씩 조금씩 이동해 왔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물은 5년 전 습한 겨울에 산 정상에 있던 눈이 봄에 녹아 바위틈

사이 얼음이 녹은 자리로 빠르게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다.  그 물들은 지하 대수층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생수 공장의 부름

받고 순식간에 지표로 올라온다. 여름에 취수한 물과 겨울에 취수한 물의 보관 환경은 당연히 다를 것이고 물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에 오직 자연으로 둘러있는 곳에 보관될 수도 있고, 근처에 오염이 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보관될 수도

있다. 잘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가까운 시간 내에 물류센터로 이동할 수도 있고, 어떤 물은 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동 중에 비가 올 수도 있고, 30도가 넘는 무더위일 수도 있다. 냉장 탑차에 이동될 수도 있고, 아니라면 직사광선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불투명한 비닐에 보호받으며 이동할 수도 있고, 투명한 비닐에 나체 상태로 이동될 수도 있다.

유통 단계에 따라 그 물류센터에서 직접 가정집으로 배달될 수도 있겠지만, 택배로 운송된다면 또 다른 물류센터를 더 거쳤

다가 도착할 수도 있다. 혹은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진열됐다가 우리의 선택을 받았을 수도 있다. 냉장고에서 보관될 수도,

상온에서 보관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공간 부족의 이유로 직사광선이 비추는 외부에서 장시간 보관될 수도 있다.

 

이렇듯 원래의 물도 다 같다고 볼 수 없는데, 유통·물류업체에 따라 물의 품질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생수공장에서 생산했더라도 브랜드 유통업체마다 다르고, 물류업체마다 다르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물을 선택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제조일자가 가까울수록 좋다. 이견이 없다. 아무리 유통기한이 1년이라도 1년 지난 물보다

6개월 지난 물이 낫고, 3~4개월 지난 물보다는 1개월 이내 생산된 것이 신선하다.


수원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통 물은 산에서 나온다. 산은 아주 큰 지하수 저장소이다. 지하수의 품질은 그 산의 생성과정,

지리적 형태, 지질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지하수는 수원지를 담은 그 산의 저력에 좌지우지된다. 제조업체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지역의 대수층에서 취수하는 제조공장이라도 규모·설비라인·공정시스템·취수허가량 등에 따라 생수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공장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최신식 유럽 설비와 중국산 10여 년 된 중고 설비의 품질은 확연히

 다르다. 취수허가량이 많다는 건 대수층의 물이 풍부하고, 일 년 내내 많은 양의 생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허가량이

적다는 것은 어느 정도 물을 취수했을 때, 대수층과 주변 자연에 영향을 주거나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통업체를 확인해야 한다. 유통업체의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업체는 생수가 유통되는 과정을 책임진다.

그 과정 속 문제가 될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저렴한 창고를 이용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물류업체를 선정한다면 유통 과정 중 생수의 변질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로 많은 질병을 야기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근래의 물 관리시스템은 아주 훌륭하다. 환경부의 검사항목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기준 또한 제일 까다롭다.

안심할 만 하다. 그래도 아직 브롬산염의 문제로 인한 리콜 사태나 미세 플라스틱 등 현재에도 생수의 문제가 발생하긴 한다.
우리 소비자도 물에 대해 더욱 더 스마트해지고, 깐깐하게 물을 선택하고 마셔야하는 이유다. 

 

필자 소개: 고재윤

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전) (사)한국호텔관광학회 회장,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
한국 최초로 ‘워터소믈리에’를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켰고, 한국국가대표워터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으며, Fine Water 국제 워터 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