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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의보감 속의 지리산수

2021. 07. 07

동의보감 속의 지리산수


우주 만상에 생명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물질이 바로 물이다. 인체의 물은 7080%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인체는 외부로부터 영양물질을 흡수해 대사시켜 에너지를 얻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생명현상이 모두 물을 바탕으로 해서 수행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 국보 제319-1~3) 1610년 허준(許浚; 1539~1615)) 등이 선조의 명을 받아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서들을 집성하고, 또한 임상의학적 치료법을 모아 완성한 한의학의 백과사전이다. 동의보감을 집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라고 생각했기에 탕액편(湯液篇)의 첫 페이지에 수부(水部) 부문을 기술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에는 33종이 있다(天一生水故以水爲首, 凡三十三種)’라고 하면서 논수품(論水品)에 물의 중요성과 서로 다른 물의 장단점 등을 설명하고 정화수(井華水)를 필두로 33가지 물에 대해 좋고 나쁨과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신체의 물질대사를 크게 기()·혈()·진액(津液)으로 구분하여 보는 방법이 있다. 3가지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나 균형이 깨어지면 갑자기 질병이 들게 된다. ‘기()’는 운동성이 있어 생명 활동을 지지하는 에너지로 혈()이나 진액을 만들어낸다. ‘혈()’은 혈액과 그 영양적인 작용이며, ‘진액(津液)’은 신체에 있는 수분의 총칭이다.


우리가 늘 마시는 물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매일매일 마시지 않으면 갈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질병이 유발한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들면서 물과 곡식을 먹고 마심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모든 동식물도 수분을 섭취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도록 했으니 얼마나 소중한 물질이겠는가. 인간이 사는 자연환경 중에 물의 품질에 따라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있다. 예부터 미남 미녀를‘물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좋은 물에 따라 장수하기도 하고 단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비단에 수를 놓은 듯 매우 아름다운 산천을 가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은 다양하게 물을 종류별로 나누어 마시고 사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인왕산 백호수(白虎水)는 약 달이는 데 사용하였고, 삼청동 청룡수(靑龍水)는 장을 담그는 데 사용하였으며, 남산의 주작수(朱雀水)는 여인들의 머리를 감는 물로 사용하였고, 감로수(甘露水)를 명약 중에서 명약이라 하여 석굴암 근처의 감로정, 구인사 근처의 상월 감로정, 구례 쌍산재의 당몰샘, 낙산사 근처의 감로정, 문경새재의 감로정, 남해 보리암 근처의 감로정, 지리산의 영천수, 유천수정의 약수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전국 곳곳에서 맑은 샘이 솟아났던 용수문화(用水文化)가 존재한 우리나라는 깨끗한 물이 자랑이었다.


우물물은 먼 곳으로부터 땅속을 타고 흘러온 것이 가장 수질이 좋고, 가까운 곳의 강이나 개울에서 스며들어 온 것은 수질에 문제가 있다. 또한 도시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생활 폐수, 공장에서의 오·폐수 등으로 개울이나 하수관의 더러운 물이 수맥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우물물이 오염되었다. 이로 인해 지금은 개울이나 강에 1, 2급의 어종이 자취를 감추고, 수돗물을 불신하게 되었으며 우물물이 사라지고, 등산길에 마시던 유명한 약수가 말라 없거나 오염되어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좋은 물을 골라 마셔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조선 후기의 대선사였고 다신전을 저술한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 1866)는 물에 대한 성질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연천수(自然泉水)는 맑고 가볍고, 수하천수(水下泉水)는 맑고 무거우며, 석중천수(石中泉水)는 맑고 달며, 사중천수(砂中泉水)는 맑고 차가우며, 토중천수(土中泉水)는 담백하며, 황석(黃石)에서 나오는 물은 품질이 좋으나 청석(靑石)에서 나오는 물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정화수(井華水)는 아주 고요하고 조용한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로 가장 천기가 충만한 물이다. 사람이 놀라거나 충격으로, 몸에 뚫려 있는 아홉 구멍 어디에서 피가 나올 때 좋고, 입 냄새를 없애주며 안색을 곱게 해주고, 눈에 백태(白苔)가 끼는 질환에 이 물로 씻어주면 좋다. 술 마신 뒤 속풀이에도 좋다. 약을 먹을 때, 약을 달일 때, 술을 빚거나 초()를 만들 때도 쓰면 좋다.


필자는 초의선사가 말한 자연천수(自然泉水), 조상들이 최고로 좋은 물이 지리산의 영천수, 유천수정의 약수라고 했듯이 시중에 판매되는 먹는샘물을 비유한다면 ’지리산수‘가 떠 오른다. 매일 아주 고요하고 조용한 새벽에 지리산수를 사발에 붓고 기도한 다음 정화수처럼 마시면 천기가 충만해 하루가 즐겁고 기쁘지 아니한가 하고 반문해본다.


 

 



필자 소개: 고재윤 

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전) (사)한국호텔관광학회 회장,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
한국 최초로 ‘워터소믈리에’를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켰고, 한국국가대표워터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으며, Fine Water 국제 워터 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